웹사이트의 불편한 진실 에필로그

(source) 웹사이트 평가의 불편한 진실

마치면서

지금까지 평가 항목에 관한 이슈와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실제로는 언급할 가치가 없는 평가 항목도 많았다. 웹사이트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10%가 될까 말까 할 거다. 그런데 억지로 웹사이트 전체를 평가하다 보니 오류와 부실투성이 웹사이트 평가가 돼 버렸다.

앞에서 살펴본 이슈와 문제점을 종합해 보면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만드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지 않고 겉만 보고 평가하는 것, 사람마다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 주관적 요소를 함부로 평가하는 것, 특정 웹사이트에 대해서만 적용될 수 있는 평가 항목을 모든 웹사이트에 적용하여 평가하는 것, 웹사이트 구성 요소 사이의 복합적인 상호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상 위주로 평가 범위를 제한하고, 숨은 의도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꼼꼼하고 성의 있게 평가한다면 웹사이트 평가의 질은 크게 나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순위나 등급을 매기는 웹사이트 평가는 있을 수 없다. 사람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웹사이트도 저마다 다르고, 같은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 없듯이 웹사이트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순위나 등급을 매기는 웹사이트 평가는 돈 되는 비즈니스다. 이것이 ‘웹사이트 평가의 불편한 진실’이다. 자본주의 사회라도 돈으로 살 수 없는 순수 영역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상’이다. 돈으로 사고파는 상이 마치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주고받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다. 이 책에서 평가 항목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반론을 제기했으므로 다음 차례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간에 웹사이트 평가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지를 따졌으면 한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웹사이트 평가 주체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봤으면 한다.

시험이 어려워 지면 참고서가 많이 팔린다. 웹사이트 평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말도 안 되는 평가 항목이 해마다 늘어나더니, 이제는 “현실 세계를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 “화면 요소를 몇 %로 제한해야 한다”식의 황당한 평가 항목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이런 평가 항목으로 어떻게 평가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그래서 웹사이트 평가 결과는 낱낱이 공개해야 하며, 이의 제기에 성실하게 답변해야 한다. 평가 결과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구린 구석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으며, 이의 제기에 대해서 당당하게 응하지 않는다면 웹사이트 평가의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같은 기준으로 서로 다른 웹사이트를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은 평가자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웹사이트 평가에 참여하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본다. 사회적 책임이나 전문직 명예라는 명분이 가장 큰 이유일 테지만, 자의반 타의 반 비즈니스라는 이유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좁아서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관계도 그만큼 가까울 수 있다. 피평가자가 평가자를 알고 있다면 계획적으로 비즈니스 관계를 만들어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는 편법이 판칠 수 있다. 그래서 피평가자는 평가자를 알 수 없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이름, 사진, 소속까지 자랑스럽게 공개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웹사이트를 만든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노력만으로 그저 감각만으로 좋은 웹사이트를 만들 수 없다. 인문과 기술 영역을 넘나들며 폭넓고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 더 나은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진심을 담아야 한다. 이렇게 만든 만든 웹사이트는 이 세상 누구도 함부로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세상일이 지식과 경험, 노력과 진심만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수상 조건을 공공연하게 제안요청서에서 강요하는 환경에서는 돈을 주고 상을 받는 관습과 관행은 사라지지 않는다. 적어도 상업적인 웹사이트 평가에서 받은 수상 경력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쓸데없이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다고 질책해야 한다. 지금까지 주고받은 상. 다 의미 없는 것이다. 뭔가 과시하고 싶다면 그대로 두고, 그렇지 않다면 쓰레기통에 버려도 된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보니,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뭐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도 있을 것 같다. 이미 비상식의 시대에 살고 있어서 그깟 객관성이 어떻고 일관성이 어떻고 하는 얘기는 이슈조차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웹사이트 평가에 종사하거나 참여하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아마 이런저런 변명·해명과 함께 필자의 의견과 주장에 대해서 오류를 지적하고 반론을 내고 싶을 것이다. 만약 필자가 어떤 지적도 반론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떤 심정일까? 억울하고 답답할 것이다. 이런 심정을 피평가자가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두었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하면서 건전한 웹사이트 평가(‘모바일앱 어워드’)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소정의 등록심사비가 있지만, 처음에는 어떤 비용도 없이 출품하고 수상자에게는 오히려 상금을 줬다고 한다. 물론 이 평가 역시 서열과 등급, 획일성과 객관성 이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지만, 상업성을 스스로 조절했다는 점에서 칭찬하고 싶다.

누구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부족하면 채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너무 부족한 능력 탓에 쥐구멍에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알면 달라지고 나아지지 않겠는가? 웹사이트 평가도 달라지고 나아지기를 바란다.